겨울 폭포 / 이산하 나이에 맞게 살 수 없다거나 시대와 불화를 일으킬 때마다 난 얼어붙은 겨울 폭포를 찾는다 한때 안팍의 경계를 지웠던 이 폭포는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다 자신의 모든 틈을 완벽하게 폐쇄시켜 폭포 바닥에 깔린 돌들의 외침이며 사방으로 튀어나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물방울들의 그림자며 지금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저 헛것들의 슬픔까지 폭포는 물의 마디마디 꺾어가며 자신을 허공으로 던진다 그러나 던져지면서도 폭포는 왜 정점에서 자신을 꺾는지 자신을 꺾어 왜 단숨에 비약하는지 물이 바닥을 치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이 내 눈과 내 귀의 모호한 결탁임을 그것이 마침내 공포에 떠는 내 헛것의 정체임을 불현듯 깨닫는다 폭포는 물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