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폭포 / 이산하

농돌이 2022. 2. 14. 19:33

겨울 폭포 / 이산하

나이에 맞게 살 수 없다거나

시대와 불화를 일으킬 때마다

난 얼어붙은 겨울 폭포를 찾는다

한때 안팍의 경계를 지웠던 이 폭포는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다

자신의 모든 틈을 완벽하게 폐쇄시켜

폭포 바닥에 깔린 돌들의 외침이며

사방으로 튀어나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물방울들의 그림자며

지금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저 헛것들의 슬픔까지

폭포는 물의 마디마디 꺾어가며

자신을 허공으로 던진다

그러나 던져지면서도

폭포는 왜 정점에서 자신을 꺾는지

자신을 꺾어 왜 단숨에 비약하는지

물이 바닥을 치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이 내 눈과 내 귀의 모호한 결탁임을

그것이 마침내 공포에 떠는 내 헛것의 정체임을

불현듯 깨닫는다

폭포는 물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닥을 치며 하나로 체결되는 것이다

 

추억을 창고에서 꺼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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