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돌아 가는 길 ' - 박노해 - 올곱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어진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길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무넹기에서 섬진강을 바라봅니다 박무로 희미하게 굽이 돌아 갑니다 푸른 애기 신록은 가슴 뛰기에 충분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