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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 비 / 고정희
    2017. 4. 7. 15:12

    봄   비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밤에 비 내리고

     

    진달래도 흠벅 젖어

     

    내 마음의 무능의 고요함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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