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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사랑의 기도 / 안도현
    2019. 3. 18. 17:08

     

    봄날, 사랑의 기도 / 안도현



    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
    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제대로 맞지 못했습니다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갓 태어난 아기가 응아, 하는 울음소리로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듯
    내 입 밖으로 나오는 사랑해요, 라는 말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

    남을 위해 한 번도 열려본 적이 없는 지갑과
    끼니때마다 흘러 넘쳐 버리던 밥이며 국물과
    그리고 인간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 부끄럽게 하소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하소서
    큰 것보다도 작은 것도 좋다고,
    많은 것보다도 적은 것도 좋다고,
    높은 것보다도 낮은 것도 좋다고,
    빠른 것보다도 느린 것도 좋다고,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그것들을 아끼고 쓰다듬을 수 있는 손길을 주소서.

    장미의 화려한 빛깔 대신에
    제비꽃의 소담한 빛깔에 취하게 하소서.
    백합의 강렬한 향기 대신에
    진달래의 향기 없는 향기에 취하게 하소서.

    떨림과 설렘과 감격을 잊어버린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같은 몸에도 물이 차 오르게 하소서.

    꽃이 피게 하소서.그리하여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얼음장을 뚫고 바다에 당도한
    저 푸른 강물과 같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햇살이 좋은 날, 죽도에 산보 갔습니다

    바람도, 햇살도,,,

    서걱이는 댓바람 소리도 행복했습니다

     

    잠시 멈춰서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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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