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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련의 기도
    2019. 4. 6. 22:58

    목련의 기도 / 정연복

     

    하얀 목련이 폭죽처럼 터지면

    주위가 온통 환해집니다

     

    나의 삶도 그렇게

    세상의 한 모퉁이 밝히게 하소서.

     

    목련의 기도 / 정연복

     

    티 없는 순수의

    빛으로 피어

     

    한 며칠

    짧은 시간 동안

     

    세상 한 구석

    온몸으로 밝히며

     

    해맑은 사랑과 소망의

    등불이다가

     

    이리 총총 떠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피고 지는 것

    모두 당신께서 하시는 일

     

    내년에도

    이 몸

     

    다시 불러 주소서

    다시 피워 주소서.

     

    목련의 기도 / 정연복

    저의 눈부시게 피는 모습을
    사람들은 온갖 언어로 칭송해요

    하지만 제 쓸쓸히 지는 모습까지
    사랑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저의 빛을 찬양할 뿐
    저의 그림자에는 관심이 없어요.

    주님!

    피고 지는 것이
    반반씩의 일인데

    빛과 그림자는
    사실 공존하는 것인데

    왜 이 간단한 이치를
    사람들은 모르는 걸까요?

    오, 주님!

    저의 피고 지는 모습이
    인생살이의 단면임을

    삶과 죽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한 동전의 양면임을

    무릇 생명의 날은 짧고 덧없기에
    더욱 소중한 것임을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통해
    깨닫게 해주세요.

     

    오늘 집을 나서다가 멈췄습니다

    창 너머 고등학교에 목련이 환하게 피었고, 몇 일이 지났는데 가보지 못했습니다

     

    4월이 짙어 갑니다

     

    내일은 4개월만에 용봉산에 가보렵니다

    진달래가 피었다는 소식입니다

     

    제 방을 찿아주시는 모든 분들, 환하고 소중한 시간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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