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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은 너에게로 / 박노해
    2017. 7. 14. 02:30

    별은 너에게로 / 박노해

     

    어두운 길을 걷다가
    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
    절망하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구름 때문이 아니다
    불운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네가 본 별들은
    수억 광년 전에 출발한 빛


    길없는 어둠을 걷다가
    별의 지도마저 없다고
    주저앉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산

    가장 높고 깊은 곳에 사는

    께로족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희박한 공기는 열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고

    발길에 떨어지는 돌들이 아찔한 벼랑을 구르며

    태초의 정적을 깨뜨리는 칠흑같은 밤의 고원


    어둠이 이토록 무겁고 두텁고 무서운 것이었던가

    추위와 탈진으로 주저앉아 죽음의 공포가 엄습할 때


    신기루인가

    멀리 만년설 봉우리 사이로

    희미한 불빛 하나


    산 것이다


    어둠 속에 길을 잃은 우리를 부르는

    께로족 청년의 호롱불 하나


    이렇게 어둠이 크고 깊은 설산의 밤일지라도

    빛은 저 작고 희미한 등불 하나로 충분했다

    지금 세계가 칠흙처럼 어둡고

    길 잃은 희망들이 숨이 죽어가도

    단지 언뜻 비추는 불빛 하나만 살아 있다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세계 속에는 어둠이 이해할 수 없는

    빛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거대한 악이 이해할 수 없는 선이

    야만이 이해할 수 없는 인간정신이

    패배와 절망이 이해할 수 없는 희망이

    깜박이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토록 강력하고 집요한 악의 정신이 지배해도

    자기 영혼을 잃지 않고 희미한 등불로 서 있는 사람

    어디를 둘러 보아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

    무력할지라도 끝끝내 꺾여지지 않는 최후의 사람

    최후의 한 사람은 최초의 한 사람이기에

    희망은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한 것이다


    세계의 모든 어둠과 악이 총동원되었어도

    결코 굴복시킬 수 없는 한 사람이 살아 있다면

    저들은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패배한 것이다


    삶은 기적이다

    인간은 신비이다

    희망은 불멸이다


    그대, 희미한 불빛만 살아 있다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지난 겨울 추억을 바라봅니다

    지난 겨울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도 희미하지만

     

    느낌은 충분합니다

     

    그리고

     

    삶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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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