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 운해

농돌이 2017. 7. 13. 02:30

 

사랑은 끝이 없다네 / 박노해

사랑은 끝이 없다네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시간이 흘러서도
그대가 내 마음속을 걸어 다니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강을 건너서도
그대가 내 가슴에 등불로 환하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대 이름만 떠올라도
푸드득, 한순간에 날아오르겠는가

그 겨울 새벽길에
하얗게 쓰러진 나를 어루만지던
너의 눈물
너의 기도
너의 입맞춤
눈보라 얼음산을 함께 떨며 넘었던
뜨거운 그 숨결이 이렇게도 생생한데
어떻게 사랑에 끝이 있겠는가

별로 타오를 우리의 사랑을
이제 너는 잊었다 해도
이제 너는 지워버렸다 해도
내 가슴에 그대로 피어나는
눈부신 그 얼굴 그 눈물의 너까지는
어찌 지금의 네 것이겠는가

그 많은 세월이 흘러서도
가만히 눈감으면
상처 난 내 가슴은 따뜻해지고
지친 내 안에선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해맑은 소년의 까치걸음이 날 울리는데
어찌 사랑에 끝이 있겠는가

사랑은 끝이 없다네
다시 길 떠나는 이 걸음도
슬픔으로 길어 올린 이 투혼도
나이가 들고
눈물이 마르고
다시 내 앞에 죽음이 온다 해도
사랑은 끝이 없다네

나에게 사랑은
한계도 없고
머무름도 없고
패배도 없고
사랑은 늘 처음처럼
사랑은 언제나 시작만 있는 것
사랑은 끝이 없다네

(악귀봉 운해)

(능선에 드리운 운해)

 

오늘

다시 길을 떠난다

참 좋은 날이다

 

--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중에서, 박노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