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장-안도현

농돌이 2014. 1. 24. 21:13

 

연탄 한 장 

                           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 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간장그릇에 국을 담으면 넘친답니다

우리 삶에는 왜? 라는 단어보다  어떻게? 란 단어가 필요한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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