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엽서 / 이외수
오늘 같은 날은
문득 사는 일이 별스럽지 않구나
우리는 까닭도 없이
싸우고만 살아왔네
그 동안 하늘 가득 별들이 깔리고
물소리 저만 혼자 자욱한 밤
깊이 생각지 않아도 나는
외롭거니 그믐밤에도 더욱 외롭거니
우리가 비록 물 마른 개울가에
달맞이꽃으로 혼자 피어도
사실은 혼자이지 않았음을
오늘같은 날은 알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
그대엽서 한 장을 나는 읽노라
사랑이란
저울로도 자로도 잴 수 없는
손바닥만한 엽서 한 장
그 속에 보고싶다는
말 한마디
말 한마디만으로도
내 뼛속 가득
떠오르는 해
일기 / 안도현
오전에 깡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가위로 잘랐다
오후에는 지난여름 마루 끝에 다녀간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고
고장 난 감나무를 고쳐주러 온 의원에게 감나무 그늘의 수리도 부탁하였다
추녀 끝으로 줄지어 스며드는 기러기 일흔세 마리까지 세다가 그만두었다
저녁이 부엌으로 사무치게 왔으나 불빛 죽이고 두어 가지 찬에다 밥을 먹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머리가 자랄수록 선한 것들이 진부해졌다 금지된 지역에 몰래 숨어든 날 나는 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고개를 살짝 비틀었을 뿐인데 두 발은 외길을 벗어난지 오래였다 비스듬한 보폭 사이로 강렬한 세계들이 빛처럼 쏟아졌다
오늘은 산에 오르는데 무덥고, 힘이 들었습니다
산은 언제나 힘들지만,
오늘은 끈적한 액체가 쉼없이 흘렀습니다
평안한 저녁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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