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에서 즐기는 여백!

농돌이 2016. 3. 4. 20:06

3월에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 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꽃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부산 갈맷길에서 본 동백입니다

 

 

 

 봄은 겨울속에서도 옵니다

바위에 나무가 꽃이 되었습니다

 

 

 

 

 

 

 누구는 꽃이 되고, 그림이 되고,,,,

 

 

 대피소도 인파가 가득합니다

 

 

 

여백 / 도종환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군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손가락들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것이다.

 

 

 

 

 

여백이 작은 내 삶에/ 장현수


어쩌지 못하고

보내는

오늘이 내 생애

다시 올 수 없는 날


늘 마주하는 오늘은

후회라는 이름을 남기고

다시 쓰지 않으리 하지만

다시 온 오늘은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마음

같은 모습으로


가고 오는 것에

이제는 둔해질 만큼

살았는것 같은데도

후회라는 이름을

오늘도 남깁니다


마주한 세월의 흔적 위에

그려진 수많은 그림속에는

고운 색깔로 그리려

늘 예쁜 색을 준비하지만

그리고 남은 내 삶의

흔적엔 예쁜 그림보단

미운 그림이 더 많은

그림속에 통곡합니다


그려진 그림보다

여백이 작은 내 삶에

곱고 예쁜 그림만

남겼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연분홍 꽃 그림으로....

 

 

 

 

 

 

 

 

여백 / 류석우


잘 있냐고, 건강 하냐고,

그렇게만 적는다.


나머지 여백엔

총총히 내 마음을 적으니


네 마음으로 보이거든 읽거라


써도 써도 끝없은 사연을

어찌 글자 몇 개로 그려낼 수 있으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