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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위에 쓰는 시, 덕유산 여행
    2016.03.06 23:07

    눈 위에 쓰는 시 / 류시화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 쓰고

    누구는 자취 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 
     

     

     

     

     

    겨울나무 /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 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중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만핟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겨울 날의 희망 / 박노해


    따듯한 사람이 좋다면

    우리 겨울 마음을 가질 일이다.


    꽃피는 얼굴이 좋다면

    우리 겨울 침묵을 가질 일이다


    빛나는 날들이 좋다면

    우리 겨울 밤들을 가질 일이다


    눈보라처럼 매섭고

    겨울 나무처럼 벌거벗은

    가난한 겨울 마음을 가질 일이다


    우리 희망은, 긴 겨울 추위에 얼면서

    얼어붙은 심장에 뜨거운 피가 돌고

    얼어붙은 뿌리에 푸른 불길이 살아나는 것


    우리 겨울 마음을 가질 일이다

    우리 겨울 희망을 품을 일이다

     

     

     

     

    섬...그리고 고독 / 이생진

      

    어디 가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섬에 간다고 하면 왜 가느냐고 한다.

    고독해서 간다고 하면 섬은 더 고독할 텐데 한다.

    옳은 말이다. 섬에 가면 더 고독하다.

    그러나 그 고독이 내게 힘이 된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고독은 힘만 줄 뿐 아니라 나를 슬프게도 하고

    나를 가난하게도 하고

    나를 어둡게도 한다.

    어떤 사람은 고독해서 술을 마시고

    어떤 사람은 고독해서 수화기를 든다.

    모두 자기 고독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지혜를 짜낸다.

    하지만 고독은 자유로워야 한다.

    훨훨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져야 하고

    지도처럼 방향이 명확해야 한다.

    마음대로 만든 공간을 마음대로 누웠다가

    마음대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눈발이라면 /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다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 살이 되자

     

     

     

     겨울에 아름다운 당신 / 이채

     겨울이 춥기엔 나는 너무 따뜻하고
     백설이 아름답기엔 나는 조금 흐리고
     찬비에 젖기엔 가슴이 없습니다

     강은 얼어도
     얼음 밑으로 소리없이 흐르는 물
     얼은 듯 보여도 겨울 강 속 깊이
     얼면서도 흐르는 당신의 마음

     바람도 하얀 겨울
     길은 쓸쓸 하여도
     빈 나목 속에는 줄기에서 줄기로
     도도히 흐르는 물 날마다 뿌리로 내리니

     그래서 겨울은 얼지만은 않는다고
     언 만큼 녹아 물로 흐르고
     강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라는 당신

     이렇게 둘러 둘러 겨울도
     때가되면 찾아왔다 때가되면
     스스로 언 몸 녹이고 떠나는 것이라고
     그것이 또한 사는 일이라는 당신

     내가 춥기엔 당신이 더 추워
     겨울에 아름다운 당신을
     내 작은 가슴으로 말하기엔
     나는 말이 짧고 또한 말이 없습니다

     

     

     

     

     

    고백 / 용혜원

     

    그대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때


    나의 삶이

    나의 모든 말이

    사랑의 고백이 됩니다


    내가 그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때


    나의 모든 것들이

    나의 목숨까지

    진실한 고백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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