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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덕유산, 안녕!산 2016. 3. 8. 21:53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어디에나 있다.
봄을 위하여/ 천상병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봄이 오는 소리 /최원정
가지마다 봄기운이 앉았습니다.
아직은 그 가지에서
어느 꽃이 머물다 갈까 짐작만 할 뿐
햇살 돋으면
어떻게 웃고 있을지
빗방울 머금으면
어떻게 울고 있을지
얼마나 머물지
어느 꽃잎에 사랑 고백을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둠 내리는 시간에도
새로움 여는 봄의 발자국 소리에
마음은 아지랑이처럼 들떠만 있습니다
돌...돌...돌...
얼음 밑으로 흐르는 냇가
보송보송 솜털 난 버들강아지
이 봄에 제일 먼저 찾아 왔습니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으로 하나로 무잔무장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서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 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스한 이불이라는 것도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나는삶에의 용기 / 정연복
하나의 두려움은
둘의 두려움을 낳는다
둘의 두려움은
넷의 두려움을 낳는다
현실을 직시하되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말자.
운명은 용기 있는 자의 편
사랑도 용감한 자의 것
생명의 나래가 접히는
최후의 순간까지
자유의 비행을 멈추지 말자
삶에의 용기를 굳게 지켜가자다시 떠나는 날 / 도종환
깊은 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물고기처럼
험한 기슭에 꽃 피우길 무서워하지 않는 꽃처럼
길 떠나면 산맥 앞에서도 날갯짓 멈추지 않는 새들처럼
그대 절망케 한 것들을 두려워 하지만은 않기로
꼼짝 않는 저 절벽에 강한 웃음 하나 던져두기로
산맥 앞에서도 바람 앞에서도 끝내 멈추지 않기로그 꽃의 기도 / 강은교
오늘 아침 마악 피어났어요
내가 일어선 땅은 아주 조그만 땅
당신이 버리시고 버리신 땅
나에게 지평선을 주세요
나에게 산들바람을 주세요
나에게 눈 감은 별을 주세요
그뭄 속 같은 지평선을
그믐 속 같은 산들바람을
그믐 속 같은 별을
내가 피어 있을 만큼만
내가 일어서 있을 만큼만
내가 눈 열어 부실 만큼만
내가 꿈꿀 만큼만
눈꽃이 떨어져도
나는 버리지 않으리라
눈꽃 진자리에
또 꽃잎 피면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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