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해인

농돌이 2019. 2. 10. 20:59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결움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꽃 / 김용갑  (4) 2019.02.21
안부 / 김시천  (1) 2019.02.19
봄길 / 정호승  (0) 2019.02.09
체온의 시 / 문정희  (1) 2019.02.02
여행 / 정호승  (0) 2019.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