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농돌이 2014. 12. 28. 15:11

겨울에 동백이 피었다가, 폭설과 강추위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말라버렸습니다

붉은 꽃잎이 연한 갈색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날 가서 한 장 찍어 둘걸 후회합니다

 

백련사에 두고 온 동전 한 닢 / 안상학

 

 

누군가 나에게서 떠나고 있던 날
나도 내 마음속 누군가를 버리러
멀리도 떠나갔다 백련사 동백은
꽃도 새도 없이 잎만 무성하였다 우두커니
석등은 불빛을 버리고 얻은
동전을 세며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손을 모으게 했을
잘 안 되는 일들의 기록을 살피고 있었다
나도 내 잘 안 되는 일들의 기록을
동전 한 닢으로 던져 주었다, 석등은
내 안의 석등도 오래 어두울 것이라 일러주었다


가질 수 없는 누군가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 꽃등 없는 동백나무 한 그루
끝끝내 따라와서 내 가슴에 박혀 아팠다
백련사 석등에게 미안했다 누군가에게
너무 오래 걸린 이별을 바치며 미안하고 미안했다

 

(용봉산 석불사 동백, 2014,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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