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에 동백이 피었다가, 폭설과 강추위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말라버렸습니다
붉은 꽃잎이 연한 갈색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날 가서 한 장 찍어 둘걸 후회합니다
백련사에 두고 온 동전 한 닢 / 안상학
누군가 나에게서 떠나고 있던 날
나도 내 마음속 누군가를 버리러
멀리도 떠나갔다 백련사 동백은
꽃도 새도 없이 잎만 무성하였다 우두커니
석등은 불빛을 버리고 얻은
동전을 세며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손을 모으게 했을
잘 안 되는 일들의 기록을 살피고 있었다
나도 내 잘 안 되는 일들의 기록을
동전 한 닢으로 던져 주었다, 석등은
내 안의 석등도 오래 어두울 것이라 일러주었다
가질 수 없는 누군가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 꽃등 없는 동백나무 한 그루
끝끝내 따라와서 내 가슴에 박혀 아팠다
백련사 석등에게 미안했다 누군가에게
너무 오래 걸린 이별을 바치며 미안하고 미안했다(용봉산 석불사 동백, 2014,12,28)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음처럼-용헤원 (2) 2015.01.05 이제는 꿈을 꾸렵니다 / 용혜원 (0) 2015.01.03 다알리아축제의 추억 (0) 2014.12.26 송년의 시/ 이해인 (2) 2014.12.26 외로운 세상 / 이외수 (0) 201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