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고정희

농돌이 2021. 10. 23. 16:08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고정희

고요하여라
너를 내가슴에 품고 있으면
무심히 지나는 출근 버스 속에서도
추운이들 곁에
따뜻한 차 한잔 끓이는 것이 보이고

울렁거려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여수 앞바다 오동도쯤에서
춘설속에 적동백 화드득
화드득 툭 터지는 소리 들리고

눈물겨워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중국 산동성에서 날아온 제비들
쓸쓸한 처마, 폐허의 처마밑에
자유의 둥지
사랑의 둥지
부드러운 혁명의 둥지
하나둘 트인 것 이 보이고.

 

가을 마지막 절기인 상강이 오늘이니, 끝을 향하여 달려갑니다

짧은 가을 시간을 잘 경영하여 더욱 행복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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