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 이해인 손자 손녀 너무 많이 사랑하다 허리가 많이 굽은 우리 할머니 할머니 무덤 가에 봄마다 한 송이 할미꽃 피어 온 종일 연도를 바치고 있네 하늘 한 번 보지 않고 자주빛 옷고름으로 눈물 닦으며 지울 수 없는 슬픔을 땅 깊이 묻으며 생전의 우리 할머니 처럼 오래 오래 혼자서 기도 하고 싶어 혼자서 피었다 혼자서 사라지네 너무 많이 사랑해서 너무 많이 외로운 한숨 같은 할미꽃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15~30센티미터 정도이며, 온몸에 흰 털이 빽빽이 나 있고, 잎은 잎자루가 길고 다섯 개의 작은 잎으로 된 깃꼴 겹잎이다. 봄에 자줏빛 꽃이 꽃줄기 끝에서 밑을 향하여 피는데, 꽃이 진 뒤에 수술이 길게 꼬리 모양으로 자라고 촘촘하게 난 깃털이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같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