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62

6월에 한라산 구상나무

6월 편지 / 윤보영 6월에는편지를 적겠습니다.푸른 들판처럼 싱싱한내 그리움을 몽땅 꺼내놓고초록편지를 적겠습니다.미소도 있을 테고안타까움도 있겠지만마음 가는 대로 적어지게그냥 두어야겠습니다.편지를 다 적고 나면다시 읽지 않겠습니다적힌 대로 보내겠습니다.편지를 적고 있는 지금보고 싶어 눈물이 핑 도는 이 순간도편지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으니까요.6월에는적힌 대로 그대에게 보낼초록 편지를 적겠습니다.답장 대신그대 미소를 생각하며바람편에 그 편지를 보내겠습니다.이른 새벽 먼 길을 떠나려고 준비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보면서 생각도 깨어나고, 그리움도,,, 지난 시간의 일상이 그리워 지기를 소망합니다 잠든 가족들에게 사랑합니다 라고 곱게 곱게 포장해서 베개 옆에 둡니다

2025.06.16

3월에 꿈꾸는 사랑 /이 채

3월에 꿈꾸는 사랑 /이 채꿈을 꾸고그 꿈을 가꾸는 당신은여린 풀잎의 초록빛 가슴이지요소망의 꽃씨를 심어둔삶의 뜨락에기도의 숨결로 방긋 웃는 꽃망울하얀 언덕을 걸어햇빛촌 마을에 이르기까지당신이 참아낸인내의 눈물을 사랑해요고운 바람에게따스한 햇살에게아늑한 흙에게 감사해요희망의 길을 열어가는 당신에게도사랑한다는 말은마음의 꽃 한 송이 피워내는 일그 향기로 서로를 보듬고 지켜주는 일감사하다는 말은심연의 맑은 물소리그 고요한 떨림의 고백 같은 것행복의 뜰이활짝 핀 봄을 맞이할 때그때, 당신의 뜰로 놀러 갈게요아지랑이 옷 입고, 나비처럼 날아서..입산이 통제되던 몇 일을 보내고 달려갔던 산,  봄과 겨울의 공존,  그리고 많은 기다림 후에 느끼는 기쁨,,,                        삶의 감사였습니..

2025.03.04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내가 미리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내 가슴에 쿵쿵거린다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너였다가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다시 문이 닫힌다.사랑하는 이여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자신의 아품은..

2025.02.12

길 / 허영자

길 / 허영자 돌아보니 가시밭길 그 길이 꽃길이었다 아픈 돌팍길 그 길이 비단길이었다 캄캄해 무서웠던 길 그 길이 빛으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지난 겨울 한라산 설경) 시간 속에서 기대감은 무엇일까? 무엇을 기다렸다가 받는 것인가? 아니면 그 순간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가? 상사와 조직이 나를 믿었는가? 를 확인하는 것인가,,,,? 인사철, 후배들의 간절한 소망을 들으며 생각해봅니다 그런 순간이 있음도 행복인데,,,,

2023.12.13

바닷가 민박집 / 이생진

바닷가 민박집 / 이생진 바닷가 민박집 여기다 배낭을 내려놓고 라면 상자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커피 한잔 옆에 놨다 오른 쪽 창문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바다가 보이면 됐어’ 이건 거창하게도 내 인생 철학이다 철학이 없어도 되는데 80이 넘도록 철학도 없이 산다고 할까 봐 체면상 내건 현수막이다 ‘바다가 보이면 됐어’ 인사동에 모인 젊은 친구들이 낙원호프집에서 부르는 구호도 이거다 그런데 이 민박집에서는 진짜 바다가 보인다 그래서 나는 호프집보다 이 민박집이 좋다 바다는 누가 보든 말든 제 열정에 취해 여기까지 뛰어든다 그 모습이 나만 보고 달려오는 것 같아 반갑다 다시 돌아갈 때는 모든 이별을 한꺼번에 당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그 바다가 창 밖에 있으니 보호자 옆에 있는 것 같아 든든하다 과도..

2022.01.06

눈을 감으면 / 허석주

눈을 감으면 / 허석주 전등 마져 잠이 들은밤 어둠이 눈 속을 비집고 들면 추억의 바랜 빛이 나타나 흐미한 그대 모습이 보입니다 끝없는 어둠 속을 방황하다 긴 밤 눈물 먹고살아 남은 고독의 슬픈 미소가 물여울 처럼 퍼져 나갑니다 여문 햇살처럼 환하게 웃던 그대의 미소진 모습들도 영화 스크린처럼 비춰집니다 멋쩍은 웃음으로 다가서서 지나간 세월을 핑계삼아 그동안의 궁금함을 묻습니다 건강한지 아픈 곳은 없는지 나는 가슴이 아프다고... 당신 마음도 아프냐고... 혼자 묻고 혼자 아파합니다 지난날이 잊어 진 것 보다 잊혀져 가는 것이 두려워서 오늘도 어둠 속에서 그대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오늘은 문득 한라산이 그립다 이유는 모르지만 뻥뚤린 세상을 보고싶어라

2021.05.28

새해의 기도 / 이성선

새해의 기도 / 이성선 새해엔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가장 맑은 눈동자로 당신 가슴에서 물을 긷게 하소서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 높이 비상하며 영원을 노래하는 악기가 되게 하소서 새해엔, 아아 가장 고독한 길을 가게 하소서 당신이 별 사이로 흐르는 혜성으로 찬란히 뜨는 시간 나는 그 하늘 아래 아름다운 글을 쓰며 당신에게 바치는 시집을 준비하는 나날이게 하소서 웃움과 강건함이 가득한 새해 되소서 !!

2021.02.11

철쭉 만개한 한라산 산행 2

꽃보다 아름다운 그대 / 양현주 길 위에는 나보다 먼저 도착한 계절이 누워있다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낮은 자세, 땅 속을 깊이 파고 들어가면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그의 분주한 손이 이웃과 맞닿아 있다 약한 자의 위로가 되어주던 거친 손은 기둥을 받쳐주는 강인한 힘이다 하늘로, 하늘로 향하는 희망을 따라 바람이 불어오고 꿈들이 무성하게 떨어져 내릴 때면 갈색 잎들이 파르르 노래해도 그의 웃음 속에 말하지 않는 슬픔이 보인다 철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삶의 전부를 흔들어 놓았던 변덕스러움조차 깊게 안아주는 그는 꽃보다 아름답다 젊은 날의 봄은 봄대로 사랑했던 시간, 지금의 봄은 붉은 꽃이 좋다 어머니도 화단에 꽃을 심고 가꾸더니 나도 그런 길을 가나보다 사랑했던 계절, 더욱 사랑하련다 2020 한라의 봄은 ..

2020.06.17

철쭉 만개한 한라산 산행 1

0, 산행경로 : 영실 - 웃세오름- 분화구 아래-웃세오름- 어리목 0, 소요시간 : 놀면서 4시간 30분 들꽃 언덕에서 / 유안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기대하고 달려온 산, 이 한라산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불어오는 한 줌의 바람도, 장엄하게 펼쳐진 대지 위에서 존재감을 잃어버리고 서 있는 미미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한 순간, 한 순간이 감사합니다

2020.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