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
인연서설 / 문병란삶 2022. 10. 28. 03:28
인연서설 / 문병란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 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풀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
-
인연서설 / 문병란삶 2022. 9. 5. 22:15
인연서설 / 문병란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 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불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잠 못..
-
인연의 잎사귀 / 이해인삶 2022. 7. 19. 20:44
인연의 잎사귀 / 이해인 수첩을 새로 샀다 원래 수첩에 적혀있던 것들을 새 수첩에 옮겨 적으며 난 조금씩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어느 이름은 지우고 어느 이름은 남겨 둘 것인가 그러다가 또 그대 생각을 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혀지고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언젠가 내가 바람 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이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이 있겠지만 그대와의 사랑, 그 추억만은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까닭이다 두고두고 떠올리며 소식 알고픈 단 하나의 사람 내 삶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 남겨준 사람 슬픔에서 벗어나야 슬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듯 그대에게 벗어나 ..
-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산 2022. 2. 6. 19:47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 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 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 처럼 겨울 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삶 2021. 12. 17. 00:00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 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 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 처럼 겨울 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
인연따라 마음을 일으키고삶 2017. 6. 21. 22:12
인연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너무 좋아할 것도 너무 싫어할 것도 없다. 너무 좋아해도 괴롭고, 너무 미워해도 괴롭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고, 겪고 있는 모든 괴로움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 두 가지 분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고 싫은 것만 없다면 괴로울 것도 없고 마음은 고요한 평화에 이른다.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그냥 돌처럼 무감각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사랑을 하되 집착이 없어야 하고, 미워하더라도 거기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사랑이든 미움이든 마음이 그 곳에 딱 머물러 집착하게 되면 그 때부터 분별의 괴로움은 시작된다. 사랑이 오면 사랑을 하고, 미움이 오면 미워하되 머무는 바 없이 해야 한다. 인연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인연따라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