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 노향림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세상은 아주 작은 것들로 시작한다고 부디 햇빛 아래 소리없이 핀 작디작은 풀꽃들, 녹두알만한 제 생명들을 불꽃처럼 꿰어 달고 하늘에 빗금 그으며 당당히 서서 흔들리네요. 여린 내면이 있다고 차고 맑은 슬픔이 있다고 마음에 환청처럼 들려주어요. 날이 흐리면 눈비 내리면 졸졸졸 그 푸른 심줄 터져 흐르는 소리 꽃잎들이 그만 우수수 떨어져요. 눈물같이 연기같이 사람들처럼 땅에 떨어져 누워요. 꽃 진 자리엔 벌써 시간이 와서 애벌레떼처럼 와글거려요.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무슨 경계를 넘어가나요. 무슨 이름으로 묻히나요. 사람에게 삶의 경계란 아픔을 통해 보이고, 아름다움을 통해 지워지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그만큼 사람의 삶의 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