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랑 / 이 성선 나는 다른 시인이 될 수 없음을 안다. 풀잎과 마주 앉아서 서로 마음 비추고 남들은 들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로 함께 꿈꾸며 별을 바라 밤을 지새는 시인이면 족하여라. 그것만으로 세상을 사랑한다. 그와 내가 둘이서 눈동자와 귀를 서로의 가슴에 묻고 사랑의 뿌리까지 영롱히 빛내며 저 하늘 우주의 울림을 들으면 된다. 그의 떨림으로 나의 존재가 떨리는 그의 눈빛 속에 내가 꽃 피어나는 그것밖에는 더 소용이 없다. 그렇게 별까지 가면 된다. 빈 산이 젖고 있다. /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