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중요한것은 / 엘렌 바스

중요한것은 / 엘렌 바스 삶을 사랑하는 것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을 때에도,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불탄 종이처럼 손에서 바스러지고 그 남은 것들로 목이 멜지라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당신과 함께 앉아서 그 열대의 더위로 숨 막히게 하고 공기를 물처럼 무겁게 해 폐보다는 아가미로 숨쉬는 것이 더 나을 때에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마치 당신 몸의 일부인 양 당신을 무겁게 할 때에도, 아니, 그 이상으로 슬픔의 비대한 몸집이 당신을 내리누를 때 내 한 몸으로 이것을 어떻게 견뎌 내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당신은 두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 삶을 부여잡고 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시끄러운 세상입니다 사랑으로 오신 성탄을 맞이..

2021.12.24

안개나라 / 김광규

안개나라 / 김광규 언제나 안개가 짙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으므로 안개 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 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 보려고 하지 말고 들어야 한다 듣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귀는 자꾸 커진다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 같은 사람들이 안개의 나라에 산다 삶이 쉽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희망을 말하지만, 벽 앞에 섰던 날이 많습니다 그래도, 가능하다고 믿고 소망이 있는 길을 가고 싶습니다

2021.01.12

단풍 / 이정하

단풍 / 이정하 바람이 내게 일렀다 이제 그만 붉어지라고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수 없다고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 내 몸을 불태우겠다고 사랑아, 네가 미워서 떠나는 것이 아님을 믿어다오 떠나는 그 순간, 가장 불타오르는 내 몸을 보아라 줄 것 다주고 가장 가벼운 몸으로 나무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이 아름다운 추락을 어제 저녁에는 밤새도록 비가 내렸습니다 잠이 안오는 밤이라서, 뒤척이었습니다 빗물은 어딘가에 스며들어 표가 없는데,,, 제 마음만 무거웠는지 모릅니다 사랑이란 길 위에서 이 저녁도 깊어 갑니다 그리고 저의 작은 사랑을 기다립니다,,,,!

201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