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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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등燈 / 성선경삶 2022. 11. 15. 22:06
등불, 등燈 / 성선경 우리집 골목에는 가로등을 끄는 요정이 있어 아침 신문이 배달될 때쯤이면 찰칵, 가로등을 끄지 내가 막 저녁 식사를 끝내고 옥상에 올라 별점을 치는 순간 찰칵, 가로등을 켜듯이 나는 늘 가로등을 켜는 요정을 기다렸으나 늘 내가 잠시 넔을 놓은 시간에 다녀가지 살면서 우리가 늘 세상이 어두워 길을 잃었을 때 무릎을 꿇고 등불을 켜는 요정이 나타나기를 빌지 그때마다 어디선가 등불을 켜는 요정이 나타나 반짝, 하고 우리 앞에 환한 등불을 켜고는 그림자도 없이 요정은 사라지지 그래서 나는 늘 요정의 그림자도 볼 수 없지만 저 환한 등불이 요정의 그림자라 생각하지 내 그림자와 요정의 그림자는 서로 달라 내 그림자는 어둡고 요정의 그림자는 밝지 오늘 아침에도 그래. 내가 아침잠을 털고 일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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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거처를 다녀옵니다산 2022. 11. 11. 07:04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의 과정에서,길의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하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워진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은 일의 결과, 세상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에 이르는 내면의 연금술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살아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는 것,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것, 수많은 의존과 타성적인 관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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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의 기도/ 류시화산 2022. 8. 23. 20:58
말더듬이의 기도/ 류시화 너는 왜 절실히 기도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무릎 꿇는 일에 서툴렀으나 내 귀에만 들리는 희망과 절망의 혼잣말이 나의 기도라고 세상의 어휘가 내겐 조금 부족할 뿐이라고 너는 왜 참회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고행승처럼은 아니지만 박하풀 돌에 찧으면 향이 나듯이 후회와 반성의 돌쩌귀에 찧인 손등이 나의 참회라고 너는 왜 아픈 곳 제때 치료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마음 데인 자리 아물기 기다리느라 남보다 조금 오래 걸렸을 뿐이라고 너는 언제 피어날 것이냐고 물으면 어떻게든 살아 있음이 나의 꽃이라고 내 어둡고 환한 이마 보라고 걸음이 더뎌 가끔 봄을 놓칠 뿐이라고 너는 벽에 부딪쳐 어떤 문 내었느냐고 물으면 더듬어 간 방향이 나의 문이었다고 나를 길 잃게 한 것은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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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물이 하는 말 / 유지나산 2022. 7. 6. 18:18
바람과 물이 하는 말 / 유지나 스쳐가는 바람이 말합니다 삶에 모든 순간은 바람과 같은 거리고 흐르는 물이 말합니다 인생은 잠시 머물렀다가 가는 물과 같다고 한번 지나간 시간은 바람처럼 잡을 수 없고 한번 흘러간 세월은 물처럼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거라고 좋은 일도 바람처럼 지나가고 나쁜 일도 물처럼 흘러가는 거라고 그러니 모든 일에 연연해 하지 말라 합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문제 없는 척, 살아가지만 속으로 아픈 사람이 많습니다 더운데 인생을 좀 쿨하게 살아보자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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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카테고리 없음 2022. 6. 28. 21:35
늘 간절한 어머니 생각 / 용혜원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선한 눈빛 부드러운 손길, 따뜻한 사랑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자신보다 자식을 더 생각하는 어머니 어머니의 사랑은 언제나 풍성합니다 어머니의 자식도 나이가 들어가며 세상을 살아가면 갈수록 어머니의 깊은 정을 알 것만 같습니다 늘 뵙는 어머니지만 뵙고픈 생각이 간절해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도 내 생각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 무엇으로도 다 표현하지 못할 어머니의 사랑 그 사랑을 갚을 길이 없어 늘 어머니 생각이 더 간절합니다 삶에서 하루만 남았다면 무엇을 할까? 란 물음을 해봅니다 하고싶은 일중에 하나는, 어머니를 뵈러 가는 것 입니다 장마에는 관절이 아프신데,,,,, 그리운 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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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삶 2022. 6. 25. 11:13
들풀 / 류시화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세상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 부르다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좋은 세상, 살아 있음이 좋습니다 끈적이는 날씨에 한줄기 바람도 감사합니다 지난 삶에서 순간 순간을 선택하고, 지켜온 오늘이 내 삶의 결산임을 생각해봅니다 행복한 순간을 버리지 마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