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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등燈 / 성선경삶 2022. 11. 15. 22:06
등불, 등燈 / 성선경 우리집 골목에는 가로등을 끄는 요정이 있어 아침 신문이 배달될 때쯤이면 찰칵, 가로등을 끄지 내가 막 저녁 식사를 끝내고 옥상에 올라 별점을 치는 순간 찰칵, 가로등을 켜듯이 나는 늘 가로등을 켜는 요정을 기다렸으나 늘 내가 잠시 넔을 놓은 시간에 다녀가지 살면서 우리가 늘 세상이 어두워 길을 잃었을 때 무릎을 꿇고 등불을 켜는 요정이 나타나기를 빌지 그때마다 어디선가 등불을 켜는 요정이 나타나 반짝, 하고 우리 앞에 환한 등불을 켜고는 그림자도 없이 요정은 사라지지 그래서 나는 늘 요정의 그림자도 볼 수 없지만 저 환한 등불이 요정의 그림자라 생각하지 내 그림자와 요정의 그림자는 서로 달라 내 그림자는 어둡고 요정의 그림자는 밝지 오늘 아침에도 그래. 내가 아침잠을 털고 일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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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서설 / 문병란삶 2022. 9. 5. 22:15
인연서설 / 문병란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 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불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잠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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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내 곁을 스쳐 가면 / 윤보영삶 2020. 8. 8. 17:12
그대가 내 곁을 스쳐 가면 / 윤보영 길을 가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그대가 내 곁을 스쳐 가면 어떻게 할까 모르는 척 아닌 척 지나쳐도 몇 걸음 못 가서 뒤돌아보게 되고 울컥, 달려나온 그리움 때문에 눈물부터 고이겠지 아니야 돌아 설 수 없어 꾹 참고 가던 길을 가야 해 이만큼 지내 왔는데 돌아서면 꽃이 지듯 그대 모습 지워질지 모르잖아 준비 없는 마음에 갑자기 쏟아진 그리움 때문에 다시 담을 수도 없고 아프긴 해도, 오랫동안 사랑으로 머물 수 있도록 지금처럼 그리움을 담고 지내야겠어 사랑하지만 만날 수 없는 그대는 내 하루를 여는 소중한 열쇠니까 길을 가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그대가 내 곁을 스쳐 가면 어떻게 할까 모르는 척 아닌 척 지나쳐도 몇 걸음 못 가서 뒤돌아보게 되고 울컥, 달려나온 그리움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