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교실 1 / 정일근 -우리반 내 아이들에게 너희들 속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구나 저 산에 들에 저절로 돋아나 한 세상을 이룬 유월 푸른 새 잎들처럼, 싱싱한 한 잎 한 잎의 무게로 햇살을 퉁기며 건강한 잎맥으로 돋아나는 길이 여기 있구나 때로는 명분뿐인 이 땅의 민주주의가, 때로는 내 혁명의 빛바랜 꿈이, 칠판에 이마를 기대고 흐느끼는 무명 교사의 삶과 사랑과 노래가 긴 회한의 그림자로 누우며 흔들릴 때마다 너희들은 나를 환히 비추는 거울, 나는 바다가 보이는 교실 창가에 서서 너희들 착한 눈망울 속을 조용히 들여다보노라면 점마다 고운 빛깔과 향기의 이름으로 거듭나는 별, 별들 저 신생의 별들이 살아 비출 우리나라가 보인다 내 아이들아, 너희들 모두의 이름을 불러 손잡으며 걷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