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란 3

짧은 여행, 남이섬

인연서설 / 문병란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사랑은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이 애틋한 몸짓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오가는 인생 길에 애틋이 피어났던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가시덤풀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사랑은 하나가 되려나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잠 못 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2024.11.13

인연서설 / 문병란

인연서설 / 문병란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 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풀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

2022.10.28

가을의 풍경화 / 문병란

가을의 풍경화 / 문병란 가을이 되면 모든 풍경들은 하나의 소리로 변해 버린다 산봉우리들은 높은 음자리표, 돌 사이 흐르는 계곡의 여울물 소리는 피아니시모, 산들바람은 안단테 칸타빌레 비바체 아다지오로 타오르는 단풍잎, 가을이 되면 모든 풍경들은 하나의 악보로 변해버린다 산봉우리에서 골짜기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는 계절을 장송하는 고요한 레퀴엠, 종일 떠나는 것들을 위하여 낙엽은 이별의 손수건을 흔들고 만장을 두른 야국은 눈물을 머금는다 봄과 여름을 지나 지금은 가을의 악장이 로만스 그레어로 고요히 저무는 시간, 귀뚜라미 소리는 짧은 휴지부 속에 숨고 이별은 되도록 짧게 늦은 밤 달은 G선상의 아리아로 떠오른다. 시간이 아닌 나에게 가을을 묻고, 답하라 했습니다,,,! 찾고, 느끼고,,,, 노력하는 가을 ..

2021.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