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단풍 3

눈 내린 아침

너에게 쓴다 /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진 자리에 잎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너무 무거운 것도, 무겁다고 느끼는 것도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모두, 모두 버렸던 가을 남은 가을 위에 다시, 꽃이 피었다

2017.12.06

힌눈을 기다리며,,,!

하나를 위하여 / 김승희 나는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단지 하나가 되고 싶을 뿐이다. 살았던 것들 중 그 중 아름다운 하나가, 슬펐던 것들 중 그 중 화사한 하나가, 괴로웠던 것들 중 그 중 순결한 하나가 되고 싶을 뿐이다. 나는 많은 길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길을 버리고 싶고 더 많은 꿈을 지우고 싶고 다만 하나의 길과 다만 하나의 꿈을 통하여 물방울이 물이 되고 불꽃들이 불이 되는 그 하나의 비밀을 알고 싶을 뿐이다. 하나를 이루기 위하여 그 하나에 닿기 위하여 나는, 하나 하나, 소등 연습을 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가로등이 다 꺼진 어둠 속으로 솜처럼 착하게 다 적셔져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타오르는 하나의 봉화가 되고 싶은지도 모른다. 오늘 저녁이 지나면 힌 눈이 가득 내리길 기..

2017.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