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 / 선미숙 멀쩡하다가도 눈보라가 친다. 아주 매섭게 몰아친다. 니 아부지 생일 땐 언제나 그려 엄니는 당신의 평탄지 않은 삶을 늘 그렇게 날씨에 빗대어 푸념하셨다. 함께 산 세월 쉰 일곱 해를 채우고 무척 추울 거라는 겨울이 힘을 잃어버린 그 해 아버지는 눈보라 같은 삶을 놓으셨다. 그래도 착하게 사셨으니 가시는 날까지 도와주는 거라고 포근히 내리는 겨울비를 맞으며 사람들은 한 마디씩 건넨다. 쉬는 날이면 저절로 발길이 가는 희망공원 아버지는 영혼의 동무들과 거기 계신다. 그곳은 좋으냐고, 나도 데려가라고, 사진 속 아버지를 보며 한참을 넋두리하고 나오는데 분홍빛 진달래 몇 송이 슬픔 달래듯 눈앞에 어린다. 3월초, 환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말없이 웃는 아버지 얼굴이다. 아직 때가 아닌데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