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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 시모음
    2015. 6. 20. 06:37

    새벽 기도 - 정호승

     

    이제는 홀로 밥을 먹지 않게 하소서

    이제는 홀로 울지 않게 하소서

    길이 끝나는 곳에 다시 길을 열어 주시고

    때로는 조그만 술집 희미한 등불 곁에서

    추위에 떨게 하소서

    밝음의 어둠과 깨끗함의 더러움과

    배부름의 배고픔을 알게 하시고

    아름다움의 추함과 희망의 절망과

    기쁨의 슬픔을 알게 하시고

    이제는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리어카를 끌고 스스로 밥이 되어

    길을 기다리는 자의 새벽이 되게 하소서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 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비닐우산 - 정호승

     

    오늘도 비를 맞으며 걷는 일보다

    바람에 뒤집히는 일이 더 즐겁습니다

     

    끝내는 바라람에 뒤집히다 못해

    빗길에 버려지는 일이 더 즐겁습니다

     

    비 오는 날마다

    나는 하늘의 작은 가슴이므로

    그대 가슴에 연꽃 한  송이 피울 수 있으므로

     

    오늘도 바람에 뒤집히는 일보다

    빗길에 버려지는 일이 더 행복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링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행복한 아침을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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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