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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중얼거리다/기형도산 2018. 3. 2. 18:01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기형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랑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흔적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룸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폭설과 강풍으로 온 세상을 흔들어대던,
만항재에서 떠나는 겨울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길 위에서 길을 물었습니다
길을 따라서 가야한다는,
답은 정해져 있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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