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아침

농돌이 2017. 12. 6. 22:24

너에게 쓴다 /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진 자리에 잎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너무 무거운 것도,

무겁다고 느끼는 것도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모두, 모두 버렸던 가을

 

남은 가을 위에

다시,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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