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 이준관

농돌이 2017. 1. 13. 18:29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 이준관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볕도 많이 드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길을 갈 때 항상 갈 길이 조금 멀더라도, 
대로 보다는 소로나 골목길을 택해서 간다.

고속도로처럼 일직선으로 반듯하게 난 길보다 
한 동네를 구불구불 돌아가는 골목길.

풀향기가 자욱한 시골마을을 
구불구불 안고 돌아가는 그런 길을 좋아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
칼날같은 직언과 직설보다는 
내면의 향기를 품은 은유와 여유로 
구부러진 길모퉁이를 돌아가듯 
보일 듯 말 듯한 생각을 놓고 가는 
그런 사람이 좋다.

웅변하듯 
큰 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말 많은 사람 보다는 
조용히 음미하며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다 
함축적인 의미를 담는 한마디를 
낮은 목청으로 넌지시 던지며 
자기 이해를 구하는 그런 사람이 좋다.

산과 마을을 품고 돌아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이해심 많은 
세상의 인연들을 만나고 싶다.

아무런 장애도 없는 길을 걸어온 사람 보다는 
구불구불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서 나는 
눈물겨운 삶의 향기가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좋다.

구부러진 내 마음의 오솔길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난다.


 

 

 

풀 잎 / 이준관

 

나는
풀잎을 사랑한다.
뿌리까지 뽑으려는
바람의 기세에도
눈썹 치켜올리는
그 서릿발같은 마음 하나로
참고 버티는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빗물에 휩쓸려간 자국도
푸르게 메워내고
겨울에 얼어죽는 부분도
입김을 불어넣고
뺨을 비벼주어
다시 푸르게 살려내는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아침이면 이슬을 뿜어 올려
그 이슬 속을
새소리 왁자하게 밀려나오게 하고
착하디착한 햇빛을 받으러
하늘로
올려보는 조그만 손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가만히 허리를 일으켜 세워주면
날아가고 싶어
날아가고 싶어
바람에 온 몸을 문질러 보는
초록빛 새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모처럼 눈 다운 눈이 내렸습니다

 

포근한 마음으로

 

고요한 풍경을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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