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 용봉산 백년송!(초댓장 나눕니다)

농돌이 2016. 7. 2. 21:23

사는 이유 / 최영미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
안부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의 깔깔 웃음이
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종이가
창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 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때마다 난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있다는 무엇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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