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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 용봉산 운해!
    2016. 6. 17. 18:13

     

    산길에서 / 이성부

     

    이 길을 만든 이들이 누구인지를 나는 안다

    이렇게 길을 따라 나를 걷게 하는 그이들이

    지금 조릿대발 눕히며 소리치는 바람이거나

    이름 모를 풀꽃들 문득 나를 쳐다보는 수줍음으로 와서

    내 가슴 벅차게 하는 까닭을 나는 안다

    그러기에 짐승처럼 그이들 옛 내음이라도 맡고 싶어

    나는 자꾸 집을 떠나고

    그때마다 서울을 버리는 일에 신명나지 않았더냐

    무엇에 쫓기듯 살아가는 이들도

    힘이 다하여 비칠거리는 발걸음들도

    무엇 하나씩 저마다 다져 놓고 사라진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나는 배웠다

    그것이 부질없는 되풀이라 하더라도

    그 부질없음 쌓이고 쌓여져서 마침내 길을 만들고

    길 따라 그이들 따라 오르는 일

    이리 힘들고 어려워도

    왜 내가 지금 주저앉아서는 안 되는지를 나는 안다. 

     

    멀리 백월산이 섬처럼 보입니다

    용봉산과 홍동산 사이의 계곡에 운해가 가득합니다

    정상에서 바라본 최영장군 활터!

     

     

    산길 / 이성부

    모든 산길은 조금씩 위를 향해 흘러간다
    올라갈수록 무게를 더하면서 느리게 흘러간다
    그 사람이 잠 못 이루던 소외의 몸부림 속으로
    그 사람의 생애가 파인 주름살 속으로

    자꾸 제 몸을 비틀면서 흘러간다
    칠부능선쯤에서는 다른 길을 보태 하나가 되고
    하나로 흐르다가는 또다른 길을 보태 오르다가
    된비얄을 만나 저도 숨이 가쁘다
    사는 일이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일이 아니라
    지름길이 따로 있어 나를 웃게 하는 일 아니라     
    그저 이렇게 돌거나 휘거나 되풀이하며
    위로 흐르는 것임을 가르친다
    이것이 굽이마다 나를 돌아보며 가는 나의 알맞은 발걸음이다
    그 사람의 무거운 그늘이
    죽음을 결행하듯 하나씩 벗겨지는 것을 보면서
    산길은 볕을 받아 환하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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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