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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에 읽는 시
    2013. 10. 1. 08:30

    10월이 되었습니다

    행복한 일상 준비하시고, 가을도 만끽하시는 계절이길 소망합니다

    낙엽이 지고, 겨울로 가는 가을이 아름다운 것은 봄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충실한 결실과, 비움을 통하여 더 행복하세요

    가을날(릴케)

     

    주여,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주옵소서.

     

    마지막 열매를 알차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녘의 빛을 주시어

    무르익도록 재촉하시고

    마지막 단맛이 무거워져가는 포도에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에 없는 자는 집을 짓지 못합니다.

    지금 홀로인 사람은 오래토록 그렇게 살 것이며

    잠자지 않고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바람에 나뭇잎이 그를 때면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사이를 혜맬 것입니다.

    가을 날(헷새)

     

    숲 가의 가지들 금빛에 타오를 때

    나는 홀로 길을 갑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몇 번이나 둘이서 걸었습니다.

     

    이 좋은 날에

    오랫 동안 마음에 지니고 있던

    행복도 슬픔도 나에게서

    이제 먼 향기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잔디풀 태우는 연기 속에서

    농부의 아이들이 뛰어 놉니다.

    거기 나도 끼어들어 어린이와 더불어

    가락 맞춰 노래 합니다.

     10월은 (박현자)
    시월은
    내 고향이다
    문을 열면
    황토빛 마당에서
    도리깨질을 하시는
    어머니

    하늘엔
    국화꽃 같은 구름
    국화향 가득한 바람이 불고

    시월은
    내 그리움이다
    시린 햇살 닮은 모습으로
    먼 곳의 기차를 탄 얼굴
    마음밭을 서성이다
    생각의 갈피마다 안주하는

    시월은
    언제나 행복을 꿈꾸는
    내 고향이다.

    시월(이문재)

    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

    은행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은행잎을 떨어뜨린다
    중력이 툭, 툭, 은행잎들을 따간다
    노오랗게 물든 채 멈춘 바람이
    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
    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
    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
    노랗게 말랐으리, 뿌리의 반대켠으로
    타올라, 타오름의 정점에서
    중력에 졌으리라, 서슴없이 가벼워졌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시월
    노란 은행잎들이 색과 빛을 벗어던진다
    자욱하다, 보이지 않는 중력

    10월 (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지난 일요일(2013.9.29) 비오는 용봉산 사진과 전날 방문한 지리산 제석봉 고사목, 그리고 천왕봉 계곡의

    단풍을 담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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