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말 / 김남조
1
사랑은
말하지 않는 말,
아침해 단잠을 깨우듯
눈부셔 못견딘
사랑 하나
입술 없는 영혼 안에
집을 지어
대문 중문 다 지나는
맨 뒷방 병풍 너머 숨어 사네
옛 동양의 조각달과
금빛 수실 두르는 별들처럼
생각만이 깊고
말하지 않는 말,
사랑 하나
2
사랑을 말한 탓에
천지간 불붙어버리고
그 벌이 시키는 대로
세상 양 끝에 나뉘었었네
한평생 다 저물어
하직삼아 만났더니
아아 천만 번 쏟아붓고도
진홍인 노을
사랑은
말해버린 잘못조차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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