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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계령에 서서!
    2014. 6. 6. 19:00

         한계령에서 1

                                    정덕수

    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메일지.
    삼만육천오백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상처 아린 옛 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온종일 헤메던 중에 가시덤불에 찢겼나 보다
    팔목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
    빗물 젖은 옷자락에
    피나무 잎새 번진 불길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愛憎)의 꽃으로 핀다
    찬 빗속
    꽁초처럼 비틀어진 풀포기 사이 하얀 구절초
    열 한 살 작은 아이가
    무서움에 도망치듯 총총이 걸어가던
    굽이 많은 길
    아스라한 추억 부수며
    관광버스가 지나친다.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 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1981년 10월 3일 한계령에서 고향 오색을 보며

     

     

     

     

    한계령 입니다

    정덕수님의 연작시와 양희은 님의 한계령은 묘한 느낌이 남습니다

    행복한 휴식하세요

     

    댓글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