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을 바라보며,,,,

농돌이 2016. 7. 25. 21:35

마음의 절 / 김재진

 

마음이 먼저 가 절을 만나다

더러는 만남보다 먼저 이별이 오고

더러는 삶보다 먼저 죽음이 온다

설령 우리가 다음 생에서 만난다 한들

만나서 숲이 되거나

물이 되어 흘러간들 무엇하랴

절은 꽃 아래 그늘을 길러 어둠을 맞고

문 열린 대웅전은 빈 배 같아라

왔어도 머물지 못해 지나가는 바람은

이맘때 내가 버린 슬픔 같은데

더러는 기쁨보다 슬픔이 먼저 오고

더러는 용사보다 상실이 먼저 오니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한 생은 눈물같아라

 

부러짐에 대하여/정호승

나뭇가지가 바람에 뚝뚝 부러지는것은
나뭇가지를 물고 가 집을 짓는 새들을 위해서다.
만일 나뭇가지사 부러지지 않고 그대로 나뭇가지로 살아남는다면
새들이 무엇으로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
누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오늘도 거리에 유난히 작고 가는 나뭇가지가 부러져 나뒹구는 것은
새들로 하여금 그 나뭇가지를 물고 가 집을 짓게 하기 위해서다
만일 나뭇가지가 작고 가늘게 부러지지 않고
마냥 크고 굵게만 부러진다면
어찌 어린 새들이 부리로 그 나뭇가지를 물고 가
하늘 높이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
누가 나를 인간의 집을 짓는 데 쓸 수 있겠는가.


빈손의 의미 / 정호승

내가 누구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내 손이 빈손이어야 한다

내 손에 너무 많은 것을 올려놓거나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지 말아야 한다

내 손에 다른 무엇이 가득 들어 있는 한
남의 손을 잡을 수는 없다

소유의 손은 반드시 상처를 입으나
텅 빈 손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

그 동안 내가 빈 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얼마만큼 잡았는지 참으로 부끄럽다.

 

사랑법 /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은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 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못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많은 시간 흐른듯,

나의 삶도 시간을 느낀다

따뜻한 마음을 낼 때마다

그 마음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시간마다,

때론,

누군가를 깊이 사랑할 때마다

나의 마음은

별이 총총히 뜨던,

산을 동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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