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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 최영미삶 2016. 7. 15. 17:16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 최영미
그리하여 이 시대 나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나
창자를 뒤집어 보여줘야 하나, 나도 너처럼 썩었다고
적당히 시커멓고 적당히 순결하다고
버티어온 세월의 굽이만큼 마디마디 꼬여 있다고
그러나 심장 한귀퉁은 제법 시퍼렇게 뛰고 있다고
동맥에서 흐르는 피만큼은 세상 모르게 깨끗하다고
은근히 힘을 줘서 이야기해야 하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나도 충분히 부끄러워야 할 줄 안다고
그때마다 믿어 달라고, 네 손을 내 가슴에 얹어줘야 하나
내게 일어난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두 팔과 두 다리는 악마처럼 튼튼하다고
그처럼 여러번 곱씹은 치욕과, 치욕 뒤의 입가심 같은 위로와
자위 끝의 허망한 한모금 니코틴 깊은 맛을
어떻게 너에게 말해야 하나
양치질 할때마다 곰삭은 가래를 뱉어 낸다고
상처가 치통처럼, 코딱지처럼 몸에 붙어 있다고
아예 벗어붙이고 보여줘야 하나
아아 그리하여 이 시대 나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나
아직도 새로 시작할 힘이 있는데
성한 두 팔로 가끔은 널 안을 수 있는데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흔들리며 사랑하며 / 이정하
1
이젠 목마른 젊음을
안타까워하지 않기로 하자.
찾고 헤매고 또 헤매어도
언제나 빈손인 이 젊음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하자.
2누구나 보균하고 있는
사랑이란 병은 밤에 더욱 심하다.
마땅한 치유법이 없는 그 병의 증세는
지독한 그리움이다.
3기쁨보다는 슬픔,
환희보다는 고통, 만족보다는
후회가 더 심한 사랑. 그러나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어찌 그대가 없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으랴.
4길이 있었다. 늘 혼자서
가야 하는 길이었기에 쓸쓸했다.
길이 있었다. 늘 흔들리며
가야 하는 길이었기에 눈물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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