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 최영미

농돌이 2024. 8. 13. 22:06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자기가 아니면 그 일이 안 되어세상 한 모퉁이가 결정적으로 빌만큼

그 일을 꾸준하게 즐겁게 해내는 지혜는

스스로의 구원이고 또한 세상의 구원이다 (전영애 인생을 배우다 중)

 

여름이 지나면 귀하고 빛나는 일들이 주변에 많이 생겨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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