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에 숨다 / 류시화

농돌이 2024. 8. 21. 18:06

안개 속에 숨다 / 류시화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죽음과 동시에 잊히고 싶지 않다면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쓰라.  

또는 글로 쓸 가치가 있는 일을 하라

 

    --- 베저민 프랭크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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