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산에서 / 복효근산 2024. 8. 8. 17:30
마이산에서 / 복효근
몇 십만 년 전에 호수였던 그것이
서서히 아주 서서히 솟아올라서
바위산 암마이산 수마이산 되었단다.
아직도 저 바위 호수 속에는
욜랑욜랑 헤엄치던 물고기의 율동이며
물고기가 펄쩍 뛰었을 적의 동심원 같은 것들이 새겨져 있
을 터인데
물속의 그것들을 하늘로 하늘로 밀어 올려서
커다란 말 귀처럼 솟구쳐 올라서는
해와 달과 별과의 은밀한 비밀이거나
하늘의 귀한 소식이거나를 듣고 있는 것이다
한도나 높은 저 꼭대기에선 솔개들이
바위 구멍엔 비둘기들이
말하자면 몇 십만 년 전의 호수에 둥지를 틀고 있으니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두고
물고기와 새들은 제 자리를 바꾸기도 하는 것이어서
마이산의 아래에 죄 많은 사람 사람들
돌을 모아 탑을 쌓는 것도 그럴 것이다.
몇 십만 년이거나 몇 억만 년이거나를 두고
저 하늘 깊은 데쯤은 이를 요량으로
암마이산 수마이산처럼
우리 마음은 으쓱 높아보는 것이다.언젠가는 누군가가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그 막막한 희망으로 유리병에 담아
망망대해에 띄우는 글처럼, 진정한 마음을 담은 글은 언젠가, 어딘가에 가 닿는다
가 닿고야 만다.
--- 인생을 배우다 전영애 글 중에서 ---
'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흙과 바람 / 조 지 훈 (28) 2024.08.16 선운사에서/ 최영미 (32) 2024.08.13 장대비 내리는 날, 수덕사 튓마루 놀이 (30) 2024.07.27 정말 아름다운 것 / 이규경 (29) 2024.07.24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이정하 (31) 2024.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