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대 핀 산을 오르며,,,

농돌이 2018. 2. 3. 20:29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앚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입산 / 정호승

 

너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너는 산으로 드어가버렸다

너를 향해 급히 달려갔다

너는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는 한참 길가에 앉아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시들어가는 민들레 꽃잎을 들여다보다가

천천히 나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길은 끝이 없었다

지상을 떠나는 새들의 눈물이 길을 적셨다

나는 그 눈물을 따라가다가

네가 들어간 산의 골짜기가 되었다

 

눈 녹은 물로

언젠가 네가 내려올 때

낮은 곳으로 흘러갈

너의 깊은 골짜기가 되었다.

 

이른 새벽에 나섰던 길이

밤이 되어서 끝이 난다

 

찬 공기와

차가운 구름,,,

때로는 상고대를 보며

 

생각하고, 기원한다

 

내가 이곳에 있음을 감사하고,,,

기억하기를

 

긴 서원을 드린다

깊고, 간절하게,,,

 

신이 나의 손을 잡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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