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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경-도종환 -, 산 동안거에 들다-송문헌-산 2014. 2. 15. 03:20
산경 / 도종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산 동안거에 들다 / 송문헌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낙엽자리인가
바스락 우두둑 골절된 가랑잎들
고요의 뼈를 들추는 경계를 지운 산
나를 불러들이고 허둥지둥 지나온 길
돌아가는 길 또한 오리무중,
누가 누구의 길을 동행하고
누가 누구의 삶을 대신할 수 있는가
네가 내게 마음이 없으면 오지 않을 터
내가 네게 길이 없으면 가지 못할,
눈을 뜨면 어느새 산 빛 풀빛 본연의 모습
전광석화 번쩍 오가는 시간의 화살도 잠시
머물지 못하고 떠나가네, 그렇게 낡아 사라지네
사람들아, 禪에 든 저 깊은 산 깨우지 마라저는 이 새벽에 남덕유로 출발합니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 있네요
머리속에 남아있는 일상의 찌꺼기를 차가운 겨울 바람에 떨구러 갑니다
가슴에 가득히 차가움, 아름다움, 대자연을 담아 보렵니다
그리고 작고 작은 갈등과 위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습니다
팔을 활짝 벌려서
세상을 향하여 뚜벅이처럼, 천천히 길을 가려 합니다
오늘,
저의 조그만 방에 오시는 모든 이들에게 평강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소망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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