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편지 / 이종암

농돌이 2019. 6. 22. 14:05

바닷가 편지 / 이종암

 

바닷가 벼랑에 강단지게 서 있는

해송 한 그루는 우체국이다

파도와 바람의 공동 우체국

 

수평선, 지평선 너머의 소식들

푸른 솔가지 위로 왔다가 가네

영원한 정주(定住)는 없다는 걸

흔들리는 여린 가지 끝에서

나는 예감하네

 

물 알갱이 하나

햇살 따라 바람 따라 오고 가는 것

누가 여기 이 자리에

나를, 또 너를 비끄러매려 해도

소용없는 일임을 나는 알겠네

 

소용없는 길 위에 서서

내가 본 만큼의 내용으로

그만큼의 빛으로 편지를 쓰네

봄날 흙 속으로 내려가 앉는

물의 걸음으로, 숨을 놓으며 쓰네

 

이미 시작된 미래 사회에는 준비하고 도전하는 자만이 살아 남는다 -- 피터 드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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