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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2017. 6. 9. 19:22

    따뜻한 동행 / 고정희

    해거름녘 쓸쓸한 사람들과 흐르던
    따뜻한 강물이 내게로 왔네
    봄 눈 파릇파릇한 숲길을 지나
    아득한 강물이 내게로 왔네

    이십도의 따뜻하고 해맑은 강물과
    이십도의 서늘하고 아득한 강물이
    서로 겹쳐 흐르며 온누리 껴안으며
    삼라의 뜻을 돌아 내게로 왔네

    사흘 낮 사흘 밤 잔잔한 강물 속에
    어여쁜 숭어떼 미끄럽게 춤추고
    부드러운 물미역과 수초 사이에서
    적막한 날들의 수문이 열렸네

    늦게 뜬 별 둘이 살속에 박혔네
    달빛이 내려와 이불로 덮혔네
    저물 무렵 머나먼 고향으로 흐르던
    따뜻한 강물이 내게, 내게로 왔네
    외로운 사람들의 낮과 밤 지나
    기나긴 강물이 내게, 내게로 왔네

    사십도의 따뜻하고 드맑은 강물 위에
    열 두 대의 가야금소리 깃들고
    사십도의 서늘하고 아득한 강물 위에
    스물 네 대의 바라춤이 실렸네
    그 위에 우주의 동행이 겹쳤네.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 편지 10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 고정희

    고요하여라
    너를 내가슴에 품고 있으면
    무심히 지나는 출근 버스 속에서도
    추운이들 곁에
    따뜻한 차 한잔 끓이는 것이 보이고

    울렁거려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여수 앞바다 오동도쯤에서
    춘설속에 적동백 화드득
    화드득 툭 터지는 소리 들리고

    눈물겨워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중국 산동성에서 날아온 제비들
    쓸쓸한 처마, 폐허의 처마밑에
    자유의 둥지
    사랑의 둥지
    부드러운 혁명의 둥지
    하나둘 트인 것 이 보이고.

     

     

    세상으로 걸어가는 일,

    우리가 할 수 있는 한가지 일,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를 깨닫아,

    그 일을 하는 것이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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