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를 사랑한다-강은교삶 2014. 4. 25. 07:51
너를 사랑한다
- 강은교 -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뺨이 저렇게 빨간 것은
바람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을 몰랐다
일몰의 새떼들, 일출의 목덜미를 핥고 있는 줄을
몰랐다
꽃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의 눈초리는 일몰의 눈초리르 흘기고 있는 줄 알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아, 그때는 그걸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절망의 방에서 나간 희망의 어깻살은
한없이 통통하다는 것을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굽이 돌아 가는 길 ' - 박노해 - (0) 2014.04.27 물고기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 이원규 (0) 2014.04.26 채석강 일몰! (2) 2014.04.24 너를 그리워 하는 내 눈동자는 -용혜원 (0) 2014.04.24 내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용혜원 (0) 2014.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