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터지도록/ 곽승란

농돌이 2021. 7. 3. 15:30

가슴이 터지도록/ 곽승란

뜨거운 응어리
가슴에 뭉클하던
인연의 길 끄트머리에
어둠은 소리 없이 내렸지
서산마루 핏빛으로
뭉그러지는 노을처럼
내 눈에도 피눈물이 흘렀었다

어둠은 거리를 덮고
삭막한 바람 불어오고
마지막으로 들려오던 목소리
뻥 뚫린 가슴 부여안으며
사그락 사그락 바람 따라
마른 낙엽 밟았던 소리

이제 잊을만한 시간 흘렀건만
스산한 저녁거리
덩그러니 혼자 보는 노을
왠지 외롭고 쓸쓸해
한편의 영화처럼 스치는 무언가
울컥 쏟아지는 멍울

소리치고 싶다
아주 큰 소리로
아무도 찾아 주지 않는
그 곳에 가서
막 소리치고 싶다.
멍먹한 가슴 뻥 뚫리도록.

장맛비가 성기게 내립니다

빗소리를 즐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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