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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독백 / 오광수삶 2016. 12. 1. 20:18
세밑에 내리는 눈 / 신경림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등과 가슴에 묻은 얼룩을 지우면서
세상의 온갖 부그러운 짓, 너저분한 곳을 덮으면서
깨어진 것, 금간 것을 스다듬으면서
파인 길, 골진 마당을 메우면서밝은 날 온 세상를 비칠 햇살
더 하얗게 빛나지 않으면 어쩌나
더 멀리 퍼지지 않으면 어쩌나
솔나무 사이로 불어닥친 바람
더 싱그럽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면서창가에 흐린 불빛을 끌어안고
우리들의 울음, 우리들의 이야기를 끌어안고
스스로 작은 울음이 되고 이야기가 되어서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되어서.12월의 독백 /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하나는 펼치면서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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