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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 성제봉의 추억!
    2014. 12. 21. 21:22

    봄밤의 회상 / 이외수

     

    밤 새도록 산문시 같은 빗소리를
    한 페이지씩 넘기다가 새벽녘에
    문득 봄이 떠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네
    내 생애 언제 한번
    꿀벌들 날개짓소리 어지러운 햇빛 아래서
    함박웃음 가득 베어물고
    기념사진 한 장이라도 찍어 본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의 풍경들은 언제나 흐림
    젊은날 만개한 벚꽃같이 눈부시던 사랑도 끝내는
    종식되고 말았네
    모든 기다림 끝에 푸르른 산들이 허물어지고
    온 세상을 절망으로 범람하는 황사바람
    그래도 나는 언제나 펄럭거리고 있었네
    이제는 이마 위로 탄식처럼 깊어지는 주름살
    한 사발 막걸리에도 휘청거리는 내리막
    어허,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네
    별로 기대할 추억조차 없는 나날 속에서
    올해도 속절없이 봄은 떠나가는데
    무슨 이유로 아직도 나는
    밤새도록 혼자 펄럭거리고 있는지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 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리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침묵으로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하동 성제봉을 추억하며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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